스위스와 스페인의 유로 8강전 경기는 스페인이 승부차기까지가는 접전 끝에 4강에 진출했습니다. 스위스는 선수 한명이 퇴장당한 가운데서도 무승부를 지켜냈지만 아쉽게 패하고 말았네요. 스페인은 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도 한 골에 그쳤는지, 스위스는 어떻게 저력을 보여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라인업
스위스는 팀의 주장이자 이번 대표팀에서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하는 그라니트 자카가 경고 누적으로 빠졌습니다. 그 자리에는 자카리아가 나왔는데 자카의 공백을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관심사였습니다. 나머지 자리는 16강 프랑스전과 같습니다. 프랑스도 꺾었는데 더이상 두려운 팀이 있을까요?
스페인 역시 라인업에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16강전과 바뀐 것은 조르디 알바가 복귀했다는 것입니다. 이전 두 경기에서 다섯 골을 넣었기때문에 선수들의 자신감이 높아졌을 것입니다.
프랑스전과 달랐던 스위스의 수비 형태
스위스 수비 모습입니다. 백3를 사용하며 수비시에 양쪽 윙백이 내려오는 수비 형태를 취하지만 스페인전은 조금 달랐습니다. 왼쪽 윙백 주버가 조금 높은 지역에 위치했고 왼쪽 스토퍼로 나온 히카르도 로드리게스가 왼쪽 풀백처럼 측면 수비를 맡았습니다.
프랑스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형태의 수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벤제마와 그리즈만이 최전방에 위치하기때문에 로드리게스를 중앙에 위치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스페인은 모라타 원톱으로 나왔고 스페인의 미드필더들이 중앙으로 침투하기보다는 측면에 있는 토레스가 주로 침투하기때문에 로드리게스가 토레스를 마크했습니다.
스위스는 경기 시작부터 강하게 전방압박을 하며 스페인 선수들을 압박했고 스페인보다 먼저 슈팅을 기록했습니다. 스위스가 초반부터 수비적으로 나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죠.
하지만 시작부터 스위스의 계획은 꼬여버립니다.
스위스의 코너킥 수비 방식
전반 7분, 스페인의 코너킥 상황입니다. 스위스는 박스 안에서는 한명씩 마크하며 대인마크 수비를 했는데요. 박스 바깥에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수비가 부족했습니다. 스페인의 코너킥이 뒤로 흐르며 뒤에서 대기하던 알바가 슈팅을 날렸습니다.
이후로도 스위스의 코너킥 수비상황에서의 대인마크는 계속해서 스페인 선수들이 슈팅으로 연결하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불운하게도 자카 대신 들어온 자카리아의 발을 맞으며 자책골을 기록하게되죠. 조머 키퍼도 손 쓸 수 없는 슛이였습니다.
로드리게스 vs 토레스
이후로 스위스는 더욱 더 강한 전방압박을 했습니다. 압박은 굉장한 효과를 내며 스페인 수비를 당황하게 만들었죠. 파우 토레스의 볼을 뺏는 과정에서 엠볼로가 부상을 당하며 또 한번 불운을 겪은 스위스입니다.
엠볼로가 이번 대회에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아쉬운 교체였습니다. 힘과 스피드로 밀고 들어가는 엠볼로 대신 체구는 작지만 속도와 드리블이 좋은 바르가스가 들어갔습니다.
스위스의 공격 상황입니다. 프랑스전과 다른 것은 히카르도 로드리게스가 공격에 덜 가담했다는 것입니다. 스페인의 오른쪽 공격수로 나온 페란 토레스가 뒷 공간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전에서는 로드리게스가 왼쪽 윙어와 같은 움직임을 가져갔고 그 자리에 있는 주버가 중앙으로 자주 들어가며 프랑스 수비진과 일대일 상황을 자주 만들었는데요. 이번 경기에서는 그런 움직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오른쪽의 비드머는 공격상황에서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며 측면 공격을 지원했습니다.
스페인은 토레스가 있는 오른쪽 지역에서 승부를 보려고 한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로드리게스를 끌어내려는 시도를 하며 그 공간을 이용하고 싶어했죠.
후반 53분, 스페인은 모라타를 빼고 제라르드 모레노를 투입합니다.
오랜만에 히카르도 로드리게스가 위로 올라오니 스위스의 위협적인 공격이 나왔습니다. 바르가스가 측면에서 드리블하며 박스 안으로 진입했고 주버가 중앙으로 침투하며 유효슈팅을 날렸으나 시몬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죠. 스위스의 무기인 왼쪽 측면 공격이 위협적인 모습을 만들어냈습니다.
후반 67분, 스위스의 동점골이 터집니다.
전방압박은 이번에도 주효했습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탈취한 스위스는 침투하는 프로일러에게 뒷공간으로 패스를 넣어줬고 라포르테가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파우 토레스의 몸에 공이 맞고 프로일러에게 떨어지고 맙니다. 프로일러가 패스해준 공을 샤키리가 침착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스페인은 이날 압박에 고전하며 공격 전개하는데도 애를 먹었으며 득점 찬스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었습니다.
분위기를 올릴 수 있었던 스위스에게 두번째 불운이 찾아옵니다. 바로 프로일러의 퇴장이죠. 후방에서 빌드업을 하던 스위스, 프로일러의 터치가 조금 길자 모레노가 공을 향해 뛰어옵니다. 경합 과정에서 프로일러의 발이 깊었고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습니다. 여기서부터 스위스는 수적 열세를 겪으며 4-4-1 의 밀집 수비 대형으로 전환하며 동시에 정상적인 공격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맞습니다.
오야르사발을 투입한 스페인은 제라르드 모레노와 함께 히카르도 로드리게스의 왼쪽 공간을 털기 위해 집요하게 팠고 계속해서 그 지역에서 슈팅이 나왔습니다.
얀 조머 골키퍼의 선방 쇼가 없었다면 승부차기를 가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1-1로 마무리되고 결과는 스페인의 승부차기 승리로 스페인이 9년만에 4강 진출을 해냅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에도 들지 못하며 이전 모습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죠. 확실한 공격수가 없음에도 꾸역승을 이어가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네요.
스위스는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서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경기를 거듭 치르면서 조직력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끝까지 멋진 경기를 펼쳐준 스위스 대표팀도 박수 받을만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4강에 진출한 스페인은 이제 이탈리아를 만나게 됩니다. 토너먼트에서 자주 부딪히는 두 팀이죠. 지난 유로 2012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스페인이 또다시 이탈리아를 꺾으며 강한 모습을 보여줄지, 달라진 이탈리아가 설욕에 성공할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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