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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선수·팀 분석&축구입문

축구와 오링 이론의 관계 : 슈퍼스타와 가장 못하는 선수 중 누가 더 중요할까

by 둥이의 풋볼 202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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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필드 위에 있는 11명의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해냈을 때 비로소 승리할 수 있는 팀 스포츠이다.

팀에 슈퍼스타가 있다고 승리를 무조건적으로 보장받을 수 없으며 유명한 선수가 없다해도 경기에서 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시간에는 경제학에서 등장한 '오링 이론'을 통해 축구를 살펴보고자 한다.

 

 

오링이론

 

오링 이론(O-ring theory)이란,

1986년 1월 28일, 미국에서 쏘아올린 챌린저 우주왕복선이 발사 73초만에 상공에서 폭발하며 타고 있던 7명의 승무원이 전원 사망한 사고에서 생겨난 이론이다.

 

이 우주선의 고체 연료 추진기에서 작은 결함이 생겨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보조 로켓 추진체들 사이의 작은 틈을 막기 위해 사용된 동그란 모양의 고무링 'O-링'이 추운 날씨로 인해 얼어붙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그 결과 뜨거운 가스들이 틈 사이로 빠져 나갔다. 가스가 거대한 외부 연료 탱크를 가열시켜 결국 폭발하게 된 것이다.

 

동그란 모양을 가지고 있어 O-링이라고 한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결체인 우주선도 작은 고무링 하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폭발하는 것을 보며

축구에서도 11명의 선수들 중 작은 고무링에 해당하는 선수가 분명 팀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축구는 '강한 고리'의 게임인가 '약한 고리'의 게임인가

 

이적시장이 열릴 때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수많은 선수들이 팀을 옮겨 다닌다.

 

 

구단은 자신들의 1)취약한 포지션에서의 선수보강을 위해 더 나은 선수들을 찾기도 하고

2)이미 평균치의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가 있지만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스카우터를 파견한다.

더 나아가 3)전력이 떨어지는 포지션 보강과 크게 상관없으며 구단의 인기와 관심을 가져다줄 슈퍼스타를 영입하려는 팀도 있다.

 

매시즌 많은 선수들이 팀을 옮긴다

 

축구는 경기에서 이겨 가장 많은 승점을 쌓는 팀이 우승하는 스포츠이다.

위의 세 가지 경우 중 어떤 것이 팀에 승점을 가져오는 것에 도움이 될까?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데이터를 통해 축구를 보는 관점에서 그 답은 1)취약한 포지션을 보강하는 것이다.

 

 

「 팀 내 최고 선수의 가치를 1%씩 증가시킬 때마다 팀의 골 득실 차는 0.027점 증가한다.

최고 수준의 선수를 강한 고리, 최저 수준의 선수를 약한 고리라고 할 때,

 

만약 한 팀의 최고 선수가 가진 가치가 새 공격수의 영입으로 인해 강한 고리가 82%에서 92%로 증가된다면, 한 시즌 38경기를 치를 경우 그 팀은 약 10골 정도를 득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승점으로 환산할 경우 그 팀은 최고의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약 5점의 승점을 더 획득할 수 있다. 」

 

레알 마드리드의 1기 갈락티코 멤버. 왼쪽부터 베컴-피구-(페레즈 회장)-지단-호나우두

 

팀 전력을 10% 향상시키면 승점5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2000년대 초반 레알 마드리드가 호나우두, 지단, 피구, 베컴 등 슈퍼스타들을 영입하며 갈락티코를 만든 이유가 될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 두 번의 리그 우승 등 다양한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그 스쿼드의 화려함과 강력함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02-03시즌 리그 우승 이후로 3년동안 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반대로, 「 팀의 약한 고리의 수준을 38%에서 48%로 향상시키면 시즌당 13골을 더 득점할 수 있는 효과를 얻게 되고 승점으로 환산할 경우 9점을 얻을 수 있다.

이는 곧 약한 고리를 개선하는 것이 강한 고리를 같은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보다 팀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

 

*「」내용 인용 :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일까?(크리스 앤더슨, 데이비드 샐리 저)

 

 

우승 직전 시즌까지 레스터 시티에서는 포지션 별 리그 최고의 선수는 없었다

 

약한 고리의 수준을 향상시켜 좋은 결과를 얻은 대표적인 예로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역사적인 우승을 한 레스터 시티가 있다.

우승 직전 시즌 간신히 강등을 모면한 레스터 시티는 라니에리 감독의 지휘 하에 팀에 딱 맞는 옷(전술)을 입게 되며 바디와 마레즈, 드링크워터, 올브라이턴 등이 더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여주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를 통해 살펴보자.

 

8라운드 기준으로 리그에서 2위에 위치한 토트넘은 약한 고리를 강화하여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케인, 손흥민 등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은 유지한채 약한 고리였던 좌우 풀백을 영입된 선수들로 교체하였고 중원에서의 활동량있는 선수들을 더하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어려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는 맨유

 

반면, 15위에 위치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저번 시즌 팀 득점 5위, 팀 최소실점 3위를 기록하며 표면적으로는 준수해보였지만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하지 못하며 이번 시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 포그바 등을 보유하고 있는 미드필더 진에 반 더 비크를 영입하며 현재 백업으로의 역할을 맡겼고 카바니를 영입했지만 즉시 전력으로 기용할 수 있는 원톱 공격수는 아직 없다.

지난 시즌 매과이어를 영입하며 수비 안정을 바랐지만 여전히 그의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오른쪽 윙어는 아직도 그들의 약한 고리로 남아있다.

 

 

 

슈퍼스타 호날두는 2016 유로 결승에서 부상을 당하며 벤치에서 경기를 지시(?)했지만 포르투칼은 우승을 했다. 프랑스의 전력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각 팀의 '오링'에 해당하는 선수들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훈련을 통해 그들의 실력을 향상시킬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선수를 영입해 그를 대체할 것인가

또 슈퍼스타를 영입할 때는, 선수의 명성만 보고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 선수의 정신적인 부분, 팀 동료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해야한다.

 

축구는 약한 고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스포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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