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필드 위에 있는 11명의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해냈을 때 비로소 승리할 수 있는 팀 스포츠이다.
팀에 슈퍼스타가 있다고 승리를 무조건적으로 보장받을 수 없으며 유명한 선수가 없다해도 경기에서 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번 시간에는 경제학에서 등장한 '오링 이론'을 통해 축구를 살펴보고자 한다.
오링이론
오링 이론(O-ring theory)이란,
1986년 1월 28일, 미국에서 쏘아올린 챌린저 우주왕복선이 발사 73초만에 상공에서 폭발하며 타고 있던 7명의 승무원이 전원 사망한 사고에서 생겨난 이론이다.
이 우주선의 고체 연료 추진기에서 작은 결함이 생겨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보조 로켓 추진체들 사이의 작은 틈을 막기 위해 사용된 동그란 모양의 고무링 'O-링'이 추운 날씨로 인해 얼어붙어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그 결과 뜨거운 가스들이 틈 사이로 빠져 나갔다. 가스가 거대한 외부 연료 탱크를 가열시켜 결국 폭발하게 된 것이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결체인 우주선도 작은 고무링 하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폭발하는 것을 보며
축구에서도 11명의 선수들 중 작은 고무링에 해당하는 선수가 분명 팀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축구는 '강한 고리'의 게임인가 '약한 고리'의 게임인가
이적시장이 열릴 때마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수많은 선수들이 팀을 옮겨 다닌다.
구단은 자신들의 1)취약한 포지션에서의 선수보강을 위해 더 나은 선수들을 찾기도 하고
2)이미 평균치의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가 있지만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스카우터를 파견한다.
더 나아가 3)전력이 떨어지는 포지션 보강과 크게 상관없으며 구단의 인기와 관심을 가져다줄 슈퍼스타를 영입하려는 팀도 있다.
축구는 경기에서 이겨 가장 많은 승점을 쌓는 팀이 우승하는 스포츠이다.
위의 세 가지 경우 중 어떤 것이 팀에 승점을 가져오는 것에 도움이 될까?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데이터를 통해 축구를 보는 관점에서 그 답은 1)취약한 포지션을 보강하는 것이다.
「 팀 내 최고 선수의 가치를 1%씩 증가시킬 때마다 팀의 골 득실 차는 0.027점 증가한다.
최고 수준의 선수를 강한 고리, 최저 수준의 선수를 약한 고리라고 할 때,
만약 한 팀의 최고 선수가 가진 가치가 새 공격수의 영입으로 인해 강한 고리가 82%에서 92%로 증가된다면, 한 시즌 38경기를 치를 경우 그 팀은 약 10골 정도를 득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승점으로 환산할 경우 그 팀은 최고의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약 5점의 승점을 더 획득할 수 있다. 」
팀 전력을 10% 향상시키면 승점5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2000년대 초반 레알 마드리드가 호나우두, 지단, 피구, 베컴 등 슈퍼스타들을 영입하며 갈락티코를 만든 이유가 될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 두 번의 리그 우승 등 다양한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그 스쿼드의 화려함과 강력함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02-03시즌 리그 우승 이후로 3년동안 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반대로, 「 팀의 약한 고리의 수준을 38%에서 48%로 향상시키면 시즌당 13골을 더 득점할 수 있는 효과를 얻게 되고 승점으로 환산할 경우 9점을 얻을 수 있다.
이는 곧 약한 고리를 개선하는 것이 강한 고리를 같은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보다 팀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
*「」내용 인용 : 지금껏 축구는 왜 오류투성일까?(크리스 앤더슨, 데이비드 샐리 저)
약한 고리의 수준을 향상시켜 좋은 결과를 얻은 대표적인 예로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역사적인 우승을 한 레스터 시티가 있다.
우승 직전 시즌 간신히 강등을 모면한 레스터 시티는 라니에리 감독의 지휘 하에 팀에 딱 맞는 옷(전술)을 입게 되며 바디와 마레즈, 드링크워터, 올브라이턴 등이 더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여주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를 통해 살펴보자.
8라운드 기준으로 리그에서 2위에 위치한 토트넘은 약한 고리를 강화하여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케인, 손흥민 등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들은 유지한채 약한 고리였던 좌우 풀백을 영입된 선수들로 교체하였고 중원에서의 활동량있는 선수들을 더하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반면, 15위에 위치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저번 시즌 팀 득점 5위, 팀 최소실점 3위를 기록하며 표면적으로는 준수해보였지만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하지 못하며 이번 시즌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 포그바 등을 보유하고 있는 미드필더 진에 반 더 비크를 영입하며 현재 백업으로의 역할을 맡겼고 카바니를 영입했지만 즉시 전력으로 기용할 수 있는 원톱 공격수는 아직 없다.
지난 시즌 매과이어를 영입하며 수비 안정을 바랐지만 여전히 그의 파트너를 찾고 있으며 오른쪽 윙어는 아직도 그들의 약한 고리로 남아있다.
각 팀의 '오링'에 해당하는 선수들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훈련을 통해 그들의 실력을 향상시킬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선수를 영입해 그를 대체할 것인가
또 슈퍼스타를 영입할 때는, 선수의 명성만 보고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 선수의 정신적인 부분, 팀 동료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해야한다.
축구는 약한 고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스포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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