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결과다. 맨유가 2021/22 챔피언스리그 F조 1차전 영보이스 원정 경기에서 1-2로 졌다. 완비사카가 전반전에 퇴장 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였다고 하지만 기본 전력이 크게 앞서는 맨유가 슈팅 숫자 19 대 2로 밀렸고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다. '솔샤르 감독의 전술이 실패였다', '퇴장 당한 완비사카의 잘못이다', '린가드를 넣은 것이 실수였다' 등등 많은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필자는 이번 경기 선발로 나온 반더비크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했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반 더 비크는 솔샤르의 실험에서 최대 희생양이다
영보이스전 맨유의 선발 라인업이다. 굉장히 공격적인 라인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화면상으로는 반더비크가 왼쪽 측면 공격수, 포그바가 중앙 미드필더로 표시가 됐지만 실제 경기를 보면 반더비크가 프레드와 중원에 위치했고 포그바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왼쪽 측면에 주로 배치가 됐다. 무엇보다 그동안 왼쪽에서 나오던 산초를 오른쪽으로 보내며 원래 영입 목표였던 오른쪽 윙어로서의 실험을 했다. 반더비크는 이 실험에서 가장 큰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반더비크는 중앙 우측 미드필더로 출전해 공격 지역에서 호날두, 브루노 페르난데스, 포그바와 산초가 자유롭게 스위칭할 때 프레드와 함께 중앙을 지키는 역할을 맡았다. 수비적으로는 우측 윙어로 출전한 산초가 중앙으로 들어갔을 때 측면을 커버하는 역할, 완비사카가 중앙 수비를 지원할 때 역시 측면 지역을 커버하는 역할을 맡았다. 팀이 공을 소유하는 상황에서는 중원에서 볼을 잡으면 바로 주변 선수들에게 패스를 연결해줬고 공격에 가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반더비크가 공격에 가담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반더비크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고 입지가 불안한 상황에서 조급한 플레이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반더비크는 아약스 시절에서 보여줬듯이 페널티 박스를 넘나들며 플레이할 때 강점을 보여주는 선수다. 물론 이번에 출전한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에서도 뛸 수는 있지만 이번 경기를 보면 반더비크의 포지셔닝은 뭔가 어색해보였다. 이미 자신의 앞에는 공격 지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있고 좌우 측면에 있는 포그바와 산초 역시 볼 운반에 있어서는 자신보다 훨씬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더비크가 공격에서 뭔가를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번 경기에 나설 때 수비적으로 집중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왔을 것이다.
아래 영상은 이번 경기의 결정적인 순간인 완비사카의 퇴장 장면이다.
무리하게 전방으로 들어가며 드리블 미스가 나오며 상대를 밟고 퇴장당했다. 완비사카에게 패스를 내준 선수가 공교롭게 반더비크다. 완비사카의 퇴장이 반더비크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굳이 반더비크가 저 상황에서 침투하는 완비사카에게 내줬어야했으며 완비사카는 본인이 저기로 들어가서 무엇을 하려고 한 것일까. 두 선수의 최악의 판단이 맞아떨어지며 결국 패배의 원흉으로 찍혔고 솔샤르 감독의 전술 실험은 대실패로 끝났다.
퇴장 장면에서 반더비크는 다른 동료 선수들에 비해 공간이 있었다. 반더비크가 자신감이 있는 상태였다면 주변에 있던 브루노 페르난데스나 포그바에게 볼을 준 뒤 자신이 잘하는 박스 안 침투를 했을 것이다. 상대 센터백 간격이 벌어져있었기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반더비크는 공격보다 수비에 신경을 써야했고 현재 맨유 공격진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반더비크는 결국 자신이 잘하는 것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반더비크가 현재 맨유 2선 선수들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실력이 어떻든간에 맨유는 지난 시즌 반더비크를 3,5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주고 데려왔고 선수가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기회를 줘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써는 반더비크가 맨유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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