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2 시즌을 앞두고 맨유에 합류한 제이든 산초는 3라운드 울버햄튼전 왼쪽 윙포워드로 출전해 72분간 40회의 볼터치, 드리블 시도 1회, 86%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며 존재감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첫 선발 출전이고 아직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적인 부분에서 아쉬웠고 왼쪽 풀백 루크 쇼와의 호흡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보였다.
맨유가 산초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산초가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준 도르트문트 시절의 활약을 볼 필요가 있다. 산초는 도르트문트에서 주로 왼쪽 윙포워드로 출전했으며 중앙과 우측으로 위치를 이동하며 공격 지역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산초의 도르트문트 시절 공격 포인트(리그 기준)
2017/18 : 12경기 1골 4도움
2018/19 : 34경기 12골 14도움
2019/20 : 32경기 17골 16도움
2020/21 : 26경기 8골 11도움
산초는 공격 진영에서 선수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에 탁월하다. 여기에 골 기록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직접 마무리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초는 사진 속 위치에서 공격수들에게 좋은 패스를 넣어준다. 흔히 '하프 스페이스'라고 불리는 위치다. 침투하는 선수의 속도에 맞는 패스를 넣어주고 좌우 측면으로 벌려주는 패스도 넣어준다.
울버햄튼전에서 산초는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자주 잡았지만 상대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 볼을 잡은 횟수가 매우 적었다. 자연스럽게 산초가 창의적인 패스를 넣어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았고 단 1개의 키패스도 기록하지 못한채 교체됐다. 도르트문트에서는 산초가 공을 잡을 때 홀란드, 로이스와 같이 침투에 능한 선수들이 산초의 패스를 받기 위해 이곳 저곳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었지만 울버햄튼전에서 산초의 주변에는 볼을 잡았을 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브루노 페르난데스, 그린우드가 있었기때문에 산초의 장점이 잘 보이지 않았다.
울버햄튼전 산초의 패스가 차단되는 장면이다. 이날 울버햄튼의 수비 간격이 매우 촘촘하였고 루크 쇼도 평소보다 수비에 더 신경쓰는 모습이였다. 산초의 선발 기용은 루크 쇼의 공격력을 살리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 맨유는 산초를 중앙으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줘야한다.
그렇다면 산초를 어떻게 사용해야할까?
울버햄튼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산초 주변에는 공격수들이 수비 사이를 파고드는 움직임이 좋은 선수가 필요하다. 맨유에서는 카바니와 컴백한 호날두가 있다. 호날두도 12년만에 돌아왔기때문에 팀원들과의 호흡에는 조금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미 PL을 경험했기때문에 적응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산초는 공격 상황에서 자신이 공격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연결 고리 역할을 원하는 선수다. 90분당 드리블 성공 횟수가 평균 3.79개로 드리블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전진 드리블도 90분당 10.51회 성공했다. 얼핏 보면 "마샬과 비슷한 스탯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샬은 90분당 5.51회의 전진 드리블, 드리블 성공 횟수는 2.17개로 산초보다 훨씬 낮다. 물론 산초가 PL에서 고전할 가능성도 있지만 기본적인 드리블 실력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것이다.
산초가 공격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은 솔샤르 감독이 최근까지 맨유 공격에서 에이스 역할을 한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산초의 역할을 두고 고민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격의 지휘자 역할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제이든 산초의 최근 1년 간의 기록을 비교해봤다.
두 선수가 엄청난 공격 포인트를 쌓는다는 것은 축구 팬 대부분이 알 것이다. 두 선수 모두 90분당 평균 5회의 슈팅을 만들며 전진 패스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전진 드리블 성공률이다.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90분당 드리블 성공 횟수가 1회가 되지 않는 반면 산초는 평균 3.79회를 성공하며 압도적인 드리블 성공률을 자랑한다. 패스 성공률도 산초가 5% 이상 앞서며 보다 정확한 패스 능력이 있다.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놓고 봤을 때 산초가 공격 진영에서 플레이메이킹을 맡고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지금보다 더 최전방으로 침투하며 득점에 집중할 수 있다. 실제로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수비 상황에서 공격수와 함께 전방 압박을 수행하며 높은 위치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고 최근에는 수비라인을 깨는 침투로 득점을 기록한 바 있다.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능력을 볼 때 후방으로 내려와 패스로 풀어주는 것보다 공격 지역 깊숙히 위치하는 것이 효율이 높을 것이다.
산초는 포그바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초가 주로 뛰는 지역은 왼쪽 지역. 그렇다면 포그바와 활동 반경이 겹칠 수 있다. 포그바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왼쪽 메짤라로 뛸 때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 포그바는 지난 시즌까지 왼쪽 윙 자리로 자주 출전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산초가 그 자리에 자주 나올 것이다. 또는 래시포드가 부상에서 복귀한다면 래시포드가 그 자리에 나올 것이다.
맨유가 원하는 이상적인 라인업이다. 선수단의 네임밸류만 보면 훌륭해보이지만 중원 수비가 매우 약해보인다. 역습에 강한 선수들이 많이 있었던 맨유는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합류하며 포그바와 경기 템포를 조절할 수 있게 됐고 이번 시즌에는 산초까지 합류하며 공을 가지고 다니며 전진할 수 있는 카드도 얻었다. 이제는 허리 라인 조합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
산초가 오면서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득점에 더 신경쓰든 한 칸 아래로 내려오든 포그바의 역할이 더 애매해질 수 있다. 그동안 맨유는 포그바의 공격 재능을 살리고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위해 보다 위쪽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줬으나 호날두와 산초가 합류하면서 굳이 포그바를 가담시키지 않아도 강력한 공격진을 구축했다. 이적시장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강하지 못한 맨유는 포그바를 3선에 위치할 수 밖에 없게되는데 이는 분명 맨유 수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계약 기간이 끝나는 포그바가 자신의 공격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수비 약점을 계속해서 노출하는 상황으로 흘러간다면 맨유에 남아있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 공격에서 좋은 자원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치할 지 솔샤르 감독의 머리가 아플 것이다.
산초는 이제 맨유에서 3경기를 치렀다. 7,300만 파운드라는 높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온 산초는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줄 의무가 있고 솔샤르 감독 역시 재능을 보여줄 수 있게끔 상황을 만들어줘야한다. 재능있는 맨유 공격진을 어떻게 융화시킬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시즌 맨유의 축구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경기·선수·팀 분석&축구입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날두의 복귀가 맨유에 가져올 변화 (0) | 2021.09.12 |
---|---|
황희찬은 울버햄튼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될까? (0) | 2021.09.06 |
김민재, 페네르바체 데뷔전 기록 (0) | 2021.08.23 |
퍼거슨 이후 맨유 암흑기, 누가 가장 많이 뛰고 많이 넣었을까? (0) | 2021.08.10 |
그릴리쉬 맨시티 이적 상황과 이적 효과는? (0) | 2021.07.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