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용어⑫ : '더비' 경기가 뭘까?
그동안 축구 개념에 대해 열 한번째 시간을 가졌었는데요.
이번에는 축구에서 라이벌 팀 간의 경기를 의미하는 '더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대표적인 라이벌은 어떤 팀일까요??
네, 바로 옆 나라 일본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역사 속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죠.
대한민국 선수들은 일본과의 경기인 '한일전' 에서는 절대 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실제로도 전적이 좋습니다.
(역대 전적 : 79전 42승 23무 14패)
우리나라와 일본이 그렇듯 세계 여러 나라의 리그와 국가들 사이에서도 라이벌 관계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두 팀이 맞붙는 경기를 '더비' 경기라고 부르죠.
그럼, 세계에서 유명한 더비 경기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엘 클라시코(El Clásico) _ 레알 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
스페인 리그인 '라 리가'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아주 유명한 두 팀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더비 경기를 '엘 클라시코'라고 합니다.
스페인어로 'El' 은 영어에서 'The' 를 뜻하며
'Clásico'는 'Classic'을 뜻합니다.
엘 클라시코는 결국 클래식 매치를 뜻하게 되는 것입니다.
엘 클라시코는 1902년에 시작되어 엄청나게 긴 역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강한 압박에 의한 역습을, 바르셀로나는 짧은 패스를 자주 주고 받으며 볼을 오래 점유하는 스타일의 경기를 펼칩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호날두와 현재 바르셀로나의 주장인 메시가 있었을 때의 엘 클라시코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살벌했습니다.
2020년 3월1일 기준으로 엘 클라시코의 공식 기록은 244전 96승 96패 52무승부를 기록하며 양 팀 전적이 같습니다.
2. 노스웨스트 더비(Northwest Derby) _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리버풀
프리미어리그의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더비 경기입니다.
두 팀이 잉글랜드 북서부 지역에 위치해서 노스웨스트 더비라고 불립니다.
두 팀의 경기가 왜 치열해졌는지는 노스웨스트 더비가 등장한 배경을 살펴봐야합니다.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차로 한 시간이면 왕래할 수 있는 거리인데 비교적 내륙에 위치한 맨체스터는 철도와 운하 산업이, 리버풀은 항구에 위치하여 항만 산업이 발전했던 곳입니다. 1800년도 초반 내륙과 항구를 연결하는 철도가 생기면서 두 도시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는데요.
1800년 후반 항구의 물류 비용이 비싸지면서 내륙에 있던 맨체스터는 생산한 공산품을 수출할 방법을 찾았고 옆 나라 아일랜드로 바로 연결되는 운하를 만들면서 리버풀의 머지사이드 항구를 거치지 않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리버풀은 큰 타격을 입었고 두 도시간의 불편한 감정이 생겼죠.
하지만 1900년대 중반까지 두 팀의 분위기는 괜찮았습니다. 두 팀이 라이벌이 된 것은 지역감정에 이어 잉글랜드 리그 역사상 뛰어난 우승 기록을 갖고 있기때문입니다.
참고로 1964년 이후로 두 팀 간의 선수 이적은 단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두 팀의 전적은 2020년 1월 기준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80승 57무 67패로 리버풀에 앞서있습니다.
3. 데르비 델라 마돈니나(Derby della Madonnina) _ AC밀란 vs 인테르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인터 밀란(인테르)과 AC밀란의 더비 경기입니다.
두 팀 모두 밀라노 시를 연고로 하고 있으며 더비 이름에서 마돈니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두오모 성당의 마돈니나 석상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하네요.
AC밀란은 영국인이 주도하여 창설한 클럽으로 초기에 영국인과 이탈리아인으로만 선수를 구성하였고 이에 대항하여 사람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선수들을 모아서 만든 클럽이 인테르입니다.
한 때 세계 3대 더비(엘 클라시코, 밀란 더비, 노스웨스트 더비)에 들며 치열한 경기로 꼽혔지만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의 위상이 많이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밀란 더비의 치열함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두 팀의 전적은 2020년 2월 기준으로 인테르가 82승 67무 76패로 앞서고 있습니다.
4. 머지사이드 더비(Merseyside Derby) _ 리버풀 vs 에버튼
잉글랜드의 머지사이드 주 리버풀에 위치한 두 팀의 경기를 머지사이드 더비라고 합니다.
현재 리버풀의 홈 구장인 안필드는 원래 에버튼의 홈구장이였습니다. 안필드의 소유주인 존 오렐이 에버튼에게 저렴한 임대료를 받으며 빌려주었죠. 에버튼이 세 번째 리그 우승을 한 뒤 오렐의 친구이자 지역의회 의원인 존 하울딩이 안필드를 샀고 에버튼에게 임대료 인상을 요구했고 마찰이 생기자 안필드 사용 금지 처분을 내립니다. 이로 인해 에버튼은 그 당시 지은 미어그린(현재 구디슨 파크)으로 구장을 옮겼고 하울딩은 안필드에 새로운 구단을 만드는데 이 팀이 리버풀이 됩니다.
안그래도 기존의 홈 구장에서 쫓겨난 에버튼은 1985년에 리버풀에 대한 악감정이 폭발하는 계기가 생깁니다. 1984-85 시즌 에버튼이 리버풀을 제치고 리그 우승을 했지만 리버풀이 유로피언컵(현재의 챔피언스리그 격) 결승에서 상대 팀이였던 유벤투스 서포터들과의 마찰로 여러 명이 죽고 부상당하는 대참사에 관계되면서 잉글랜드 클럽의 국가대항전 참가가 5년동안 금지되는 징계를 받습니다.
에버튼도 리그 우승은 했지만 유럽 대항전 참가가 불가했고 에버튼은 이후 재정 위기를 겪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되죠.
2010년 이후로 리버풀은 에버튼과의 전적에서 10승 10무 1패로 압도하고 있으며 역대 전적은 리버풀이 95승 75무 66패로 우세합니다.
5. 북런던 더비(North London Derby) _ 아스날 vs 토트넘
런던 북쪽에 위치한 두 팀인 아스날과 토트넘의 더비를 '북런던 더비'라고 합니다.
아스날이 토트넘이 위치한 북런던으로 이사를 오면서 두 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지만 토트넘이 아스날에게 적대감을 갖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1914/15 시즌, 1부리그를 최하위로 마무리한 토트넘은 강등이 유력했지만 시즌이 끝나기 전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시즌은 중단됐습니다. 종전 후 1919년 시즌을 재개하기 전에 리그 협회는 1부리그 20개팀은 그대로 유지하고 2부리그에서 1,2 위 두 팀을 1부에 편입시켜 재개하려고 했습니다.
그당시 아스날은 2부리그 5위에 위치해 승격이 불가했지만 아스날 구단주 노리스는 활발한 로비 끝에 1부리그 최하위인 토트넘과 2부리그의 3~7위 팀을 1부 승격 후보군에 위치시켰습니다. 결국 토트넘은 강등되고 아스날이 승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당시 토트넘은 비인기 구단이였습니다.
결국 이 사건 이후 토트넘은 아스날에 엄청난 적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까지 라이벌 관계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아스날은 2016년까지 리그에서 토트넘의 순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지만 2017년에 토트넘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했으며 최근 다섯 경기 전적은 토트넘이 2승 2무 1패로 우세입니다.
우리나라의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에서 뛰고 있어 더 관심이 모아지는 북런던 더비는 아주 재밌는 일화가 많습니다.
토트넘의 크리스마스 파티에는 산타클로스도 파란색 모자를 쓴다고 합니다. 또 북런던 더비는 주로 낮에 경기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저녁에 경기가 있으면 경기 종료 후 폭동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손흥민 선수에게도 빨간색 차량 구입은 안된다는 구단의 요청이 있었다고 합니다.
역대 전적은 아스날이 77승 51무 59패로 우세합니다.
이렇게 다섯 가지의 더비경기를 알아보았습니다.
전 세계 리그에 훨씬 많은 더비 경기가 있는데요.
라이벌 팀들간의 어떤 역사가 있고 어떤 관계인지 알고 축구를 보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